내가 계속 여행다닌 포스팅만 올리니까 너 정말로 파리에서 있었던거 맞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난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면서 로뎅 미술관을 좀 소개해본다
로뎅은 누구나 잘 아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19세기 최고의 조각가이다
로뎅의 작품만을 모아놓은 로뎅 미술관이 파리 중심부 Varenne 역에 위치해있다 (찾아가기는 쉽다)
로뎅 미술관은 중심 건물과 정원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그 자체만으로도 평온함과 여유로움을 주는 아름답고 조용한 장소이다
조각을 감상할 때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로, 회화는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실례이지만, 조각은 그렇지 않다 마음껏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
그리고, 석상은 같은 작품도, 빛에 따라서, 각도에 따라서, 그 분위기의 차이가 경우에 따라 꽤 크다
그래서 조각 작품은 '빛'이 감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내에서 조명을 받는 작품보다 야외에서 시간의 흐름과 구름의 변화에 따라 시시 때때로 변하는 자연 채광을 받는 작품이 훨씬 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좋은 작품들은 밝기의 변화, 빛의 위치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새로운 느낌을 계속해서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각에게는 자연 채광이 가장 좋다고 이야기한다
실내에서 고정된 조명을 받는 작품은 '사실 죽었다'에 더 가까운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작품을 감상할 때는 가까이서, 멀리서, 여러 각도에서 감상을 하는 것이 좋다
로뎅의 작품은 조각이 살아 숨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고 영혼이 살아있는 작품들이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자
처음 볼 때 숨이 멎을 듯이 긴장(?)했던 작품이다
두 영혼이 눈 없이, 서로 바라보는 것 같다
이제 막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고 조심스레 다가가 인사하는 듯한...
손 끝이 참 섬세하고 아름답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다른 각도에서 찍으면 또 완전 다른 작품이 아닌가?!! ㅎㅎㅎ
거친 질감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로뎅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다
키스 (Le Baiser)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 같지만... 알고 보면 형수와 시동생 도련님의 불륜이다 ㅋㅋ
어쨌든 사랑은 사랑~ 내가 하면 로맨스 니가 하면 불륜~
저 광경을 목격한 남편은 저 상태로 저 둘을 창으로 꼬치를 만들어버린다 ㅎㅎ
로뎅의 작품의 큰 줄기 중 하나는, 열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좀 비꼬아서 이야기 하면, 끈적끈적한 작품들이 이룬다
이 작품의 이름은 Je suis Beau. (I am beautiful.)
자아도취로 표현하기엔 부족하고, 오르가즘에 이른 듯한 모습이 아닌가?!
"이봐 아가씨, 나랑 한 번 놀아보지 그래~"
끈적끈적하지? ㅎㅎㅎ
아!
정말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키스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던게 기억난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감상해보자
클로즈업 하니 또 다르다 ㅎㅎ
이 작품에선 섬세하진 않지만, 근육 하나 하나의 위치와 뒤틀어진 형태, 몸의 비율 등을 보면, 로뎅이 인체를 해부학적으로 완전히 꿰뚫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힝. 이런 못난이 뚱땡이 아저씨의 누드는 싫어...
발자크라는 유명한 아저씨이긴 한데.. 흉해. ㅎㅎㅎㅎ
이 작품... 할 말이 많은 작품이다
참 아름답지 않나? ㅎㅎ
처음 봤을 땐 이 작품이 로뎅의 작품인줄 알았다... 그리고 이 작품이 있던 방에 있는 모든 작품들이 너무 훌륭했다
느낌도 좀 다르고 특별해보여서, 아, 역시 로뎅... 대단해... 하면서 작가 이름을 봤더니, 로뎅이 아닌 것이다?!!
읭??? 뭐지, 이건??
Claudel 이라고 쓰여져 있길래, 클라우델? 뭐여? 웬 듣보잡이 이렇게 잘 만들었지? ㅎㅎ 로뎅보다 더 느낌이 좋은데?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근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그 유명한, 로뎅의 여조수 까미유 끌로델이잖아?!!!!!
으억....
끌로델은 어쩌면 로뎅보다 더 뛰어나다고 여겨질만큼 유능한 조각가였다
로뎅 밑에서 일하면서, 로뎅의 작품이라고 발표된 많은 작품들이 사실은 끌로델이 작업한 것이라고 여겨질 만큼 훌륭했고 인정도 받았다 (박사과정 학생의 논문을 지도교수 이름으로 내듯이~)
그리고, 유부남인 로뎅과 연인 사이로 발전도 했다
그 둘은 열정적으로 사랑했다
아내는 헌신적으로 로뎅을 내조했지만, 로뎅은 2% 부족함을 느꼈고, 끌로델과 함께 작업하며 그 부족함을 채워나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로뎅은 아내와 끌로델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만 했고, 로뎅은 아내를 선택하면서 끌로델을 버렸다
그리고 끌로델이 본인보다 더 뛰어난 자질을 가진 것을 알아채고, 끌로델을 내칠 때 손을 병신을 만들어버렸다... 더 이상 조각을 하지 못하도록....
열정적으로 사랑한만큼 그 끝도 격정적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끌로델이 연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을 때 그 비참한 마음을 담아 조각한 것이다
어쩐지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볼 때 뭔가 짠한게 느껴졌던 것이다
결연히 본인을 떠나가는 로뎅과, 옆에서 악마와 같이 묘사한 로뎅의 아내...
그리고 떠나가는 로뎅을 슬프게 붙잡으려 하는 끌로델...
으어... 저 얼굴을 보기만 해도 슬프다
정말 애절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돌아오라고.....
뛰어난 예술가들은 호색한들이여 ㅎㅎㅎ
이것도 끌로델의 작품이다
섬세한 감정 표현...
부모의 강요에 못이겨 나이 많은 남자에게 팔려가듯이 시집가는 18세 소녀가 결혼 당일날 화장대 앞에 앉아 짓는 표정 같다
좀비
밖으로 다시 나왔다
정원에 있는 연못 중앙에 있는 조각
우골리노와 아들들
이탈리아에서 살던 어떤 백작인데, 피사의 사탑에 아들들과 함께 갇혔다
아사 상태가 되자... 살고 싶다고 지 자식들을 죽여서 먹으면서 연명한 짐승같은 놈이다 -_-;
아들 잡아 죽여 먹는 장면
문학의 거장, 빅토르 위고
로뎅의 작품 중엔 이렇게 위인들의 조각들이 꽤 많다
대표작 중의 하나인 지옥의 문!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조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20년 이상 씨름했지만... 결국 미완성인채로 남은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자세히 보면 문이 듬성듬성 빈 곳이 많이 남아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상식,
청동상은 특성상 마음만 먹으면 수십, 수백개씩 계속 뽑아낼 수 있다
그래서 법적으로 8개인가 9개 copy만 진품으로 여겨지고, 그 뒤에 뽑아낸 작품은 진품으로 쳐주지 않는다고 한다
오르세에도 지옥의 문이 있는데, 여기 있는 것과는 또 다르다
작업 도중의 작품이라 더 비어있다
재미있는 인간의 형상들이 많은데, 그 일부분들이 각각 독립적인 작품으로 제작된 게 많다
예컨대,
이것도 그렇고
이건 조금 전에 위에서 본 우골리노와 아들들 아닌가!! ㅎㅎㅎ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지옥의 문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사람이다
변기에 앉아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지옥의 문에 앉아서 고민한 것!!!
어쩌다 변기에 앉아있는거란 농담이 나돌았을까..ㅋㅋ
루저 3형제라고 이름붙인 얘네들도 독립적인 작품들이 있다
지나가려는데 이 아가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불쌍해
문틈에 낑겼어
이거 또 유명하다
칼레의 시민
칼레는 잉글랜드에서 프랑스를 침공할 때 발판이 되었던 해안 마을이다
백년전쟁때던가, 엄청 개기다가 결국 식량이 떨어져 영국한테 개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시민 대표 6명이 자기들을 죽이고 대신 마을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잉글랜드 왕에게 청원하러 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칼레를 대표한다고 할 만한, 높은 지위에 있는 귀족들이 스스로 자원해서 죽으러 가겠다고 한 것이다
즉,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한, 의식있는 자들이었다
잉글랜드 왕은 결국 이들을 죽이지 않고 모두 살려주었다는 해피엔딩 ㅎㅎ
아 씨발 내가 미쳤지 내가 왜 자원해서 이지랄을 한거지.. 아 나 이렇게 죽는건가.. 썅.. ㅠㅠ
아 씨발 좀 닥치라고!
항복의 의미로 열쇠를 들고 가는 자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고 있다
이들 하나 하나의 표정을 보면 삶과 죽음 사이에 서 있는 인간의 고뇌를 개성있게 잘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죽음앞에 솔직할 수밖에 없는 모습, 담담하려 애쓰는 모습 등...
여기서도 우리는 볼 수 있고, 또 고민하게 된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은 얼마나 무력하고 고독한 존재인가
인간은 죽음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인가...
로뎅의 작품들을 보면 인간의 내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삶을 돌아보게 된다
진정한 예술이란 눈으로는 작품을 바라보며 마음의 눈으로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예술에 눈뜨게 해주고 많은 고민과 성찰을 하도록 과제를 안겨준 조각가 로뎅에게 존경을 표한다